-->

허홍매

  베를린 새누리 교회에 나온 지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아담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았고 특히는 주방에서도 봉사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너무 감동을 하였습니다. 이전에 저는 교회 주방일은 나이 든 여자 집사님들만 하시는 걸로 생각하였습니다. 올해 어느 때부터인가 교회 주보의 성도의 나눔에 실리는 글들을 볼 때마다 너무 은혜를 받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알고 받은 은혜를 서로 나누는 게 신앙생활에 더욱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저도 신앙 생활한 지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하나님을 체험하여 받고 깨달은 은혜중 인상 깊은 몇 가지만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15살 나던 해 그믐날 하루 전 오후였습니다. 설 준비를 하는 부모님을 도와 일하고 있는데 학교친구가 와서 청년집회를 하니 함께 가자고 하였습니다. 주일예배를 몇 번 다녔었기 때문에 집회라고 하면 너무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아빠한테 금방 다녀오겠다고 하곤 그 친구를 따라 집회에 나섰습니다. 가보니 한국에서 목사님이 오셨고 몇십 명 청년들과 교회지도자 그리고 나 같은 청소년들까지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중국 경찰의 눈을 피해 설 대목에 집회를 하는 것이였습니다. 금방 갔다 온다는 것이 2박 3일 동안 집회를 다 끝내고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선 무슨 여자애가 초하루부터 집에도 안 들어온다고 난리가 났었다고 후에야 들었지만, 그 당시 집회에 절 찾으려 오지 않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큰 은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너무나 뜨겁고 성령이 충만한 집회였습니다.

마지막 결심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일꾼이 되겠다고 결심하신 분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서라고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저를 포함해서 몇 명만 빼고 모두가 일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팀의 여자 목사님이 나보고 빨리 일어서라고 몇 번을 재촉했지만 저는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일꾼이 될 믿음과 용기도 없었고 너무 힘들 것 같아 두려워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목사님께서 다시 한 번 또 물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끝까지 믿으며 하나님의 일꾼들을 도와주며 살겠다는 분들 일어서세요! 냉큼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하나님의 일꾼이 될 자신과 믿음은 없어도 예수님께 평생 기대 여는 살고 싶었습니다. 그 후 십몇 년이 지나고 보니 정말 그때 그 자리에서 일어섰던 대부분 사람들이 선교사, 목사, 전도사, 사모님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시는 주님, 연약하고 미련하지만 늘 동행해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십 대 이십 대에 외워둔 성경 구절은 지금까지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때는 새벽기도때 목사님이 성도님들과 같이 예배 후 통성기도 전에 꼭 성경 구절들을 외웠습니다. 그 당시엔 그저 외워둔 구절이지만 훗날의 신앙생활에 너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말씀의 위로가 정말 진정한 위로였습니다. 아플 적엔 이사야 53장 4~6절, 두렵고 의심이 들 땐 로마서 8장 31~39 등등....지금도 저는 실족할 때마다 성경 구절들을 외워봅니다. 그러면 어느새 잠이 들어버립니다. 올해에는 꼭 성경 구절 한 달에 몇 구절은 외워보자고 계획한 것이 여태껏 시편 16장밖에 못 외웠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아예 냉장고에 붙여놓고 짬이 나면 보곤 합니다. 나이가 드니 기억력도 안 되고 자꾸 잊어버립니다. 20대 청년들 지금 많이 외워 두시길 바랍니다. 평생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우리 집에서 제일 처음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할머니와 동생을 전도하는데 5년 이상이 걸렸고 어머니는 십몇 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아빠가 기도 제목입니다. 예수를 믿으라면 펄쩍 반대하던 우리 가족이였지만 지금은 주일이면 예배 늦지 말라고 재촉합니다. 때론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던 기도…. 그러나 하나님은 아시고 들어주셨습니다. 영혼 구원의 기도는 포기하지 말고 합시다.

저는 우리 가족이 불신자여서 늘 걱정하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들이 겪는 환난 아픔을 제가 겪게 해주세요. 저는 하나님을 믿으니 주님께 의지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들고 아픈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정말 오직 예수님만이 우리의 죄와 고통을 다 지시고 가시지 사람인 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군가 혹시 저처럼 미련한 기도를 하고 있나 싶어서 부끄럽지만 털어놓았습니다.

저의 부족한 것을 늘 깨우쳐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나 오늘도 함께하신, 그리고 내일도 함께하실 주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