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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저는 흔히 말하는 재능봉사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교회 일에 사용되는 일이 싫었고 교회가 그 사람이 전문지식을 얻기까지 들인 수고와 비용, 시간, 노력을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저는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매주 교회 일에 일정 시간을 쏟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한가했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항상 마음으로 가슴으로 뜨겁게 하나님을 섬기고자 했습니다.

주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저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므로 내가 주보를 만들어도 잘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신경을 쓸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 불쑥 들었던 것이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사실 제 안에 주보 만드는 일에 대한 큰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하는 고려도 별로 없었고 매주 일정 시간을 쏟는 것이나 제가 업무상 다른 도시를 다닐 일이 많다는 것도 그다지 고려해 보지 않은 채 불쑥 목사님께 주보를 만들어 보아도 되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당시 우리 교회는 이전을 준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 이사하는 교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주보를 성도들에게 보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제가 이 일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했더라면, 그리고 매주 할애되는 시간이나 정성을 꼼꼼히 살펴보았더라면 아마 시작도 안 했을 것입니다. 그냥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가 전부였고 시간에 쫓겨 사는 제게 그런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너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매주 주보를 만드는 일은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너무 재미있는 일입니다. 단 한 번도 이 일이 의무로 다가온 적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섬세함에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바빠서 주보를 못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주보 만들 시간은 항상 있었습니다. 비록 디자인을 원하는 만큼 향상하지 못하는 게 속상할 때도 있지만, 많이 부족한 형태이지만, 교회 주보가 프린트 기에서 복사되어 나오는 것을 볼 때, 그리고 그것을 한 부 한 부 내 손으로 접는 과정을 통해 제 마음은 예배 전에 이미 한참 설레여져 있습니다. 예배를 할 수 있다는 설레임,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좋은 것을 남이 하게 하면 안되겠다- 하는 생각 마저 들 정도로 입니다.

새 누리 교회 주보는 전문가 눈에서 보았을 때 개선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도 많은 주보입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좋은 종이를 쓰지 못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주보입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것 밖에 안되는게 속상하고 그러면서도 이것 밖에 안되는 저를 사용해 주신다는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은혜를 받는 사람이 저라는 사실이 저를 숙연하게 합니다.

새 누리교회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이 공동체를 기도로 이끌어 주시는 목사님이 계시다는 것이 감동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