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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리나

 

독일 땅을 밟은 지 벌써 일 년이 넘어갑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의 인생에서 그 일 년은 새로운 환경에서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도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서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웃고 이야기해도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주님이 날 이 땅으로 보내신 이유가 날 외롭게 하려고 하신 게 아닐 텐데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의 사명과 비전을 위해 기도하고 또 성령을 간구하며 주님께 더 가까워지려고 무릎 꿇자 주님은 많은 사람들과 환경을 통해 저를 위로하셨고 성령을 통해 나를 보호하고 계심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그 한 없는 사랑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한 달 전 저는 한 음악공연을 보러 저녁에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날 역 앞에서 같이 만나서 가자고 한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저 혼자 길을 물어 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 동네에 사는 남자분이 어찌할 줄 모르는 저를 보고 친절히 길을 동행해 주셨습니다.
가는 도중 서로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데 알고 보니 그분은 스페인 옆에 모로코 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고 부인이 독일인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부인과 함께 자기 고향으로 가서 살 계획이었는데 부인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람 안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처음 본 저에게 고향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 이야기들을 쉴 틈 없이 풀어놨습니다.
시간은 벌써 공연이 끝날 시간을 훌쩍 넘어 가길 포기하고 그 사람에 이야기를 좀 더 들어 주었습니다.
부인은 항상 집에 없고 놀러 다녀 자기는 직장에서 일이 끝나면 집에서 집안일과 아기를 보는 일까지 떠맡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에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일 가까운 사람 가족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가족에게도 무시당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걱정과 의심,
불안함 외로움 제가 다 느끼진 못하겠지만, 그 사람이 말하는 목소리와 표정과 그 느낌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한참 거리에서 이야기를 하다 시간이 늦어져 헤어질 때가 되었는데 그 사람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정말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그리고 너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너가 가진 그 많은 사랑을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니 말이야
오늘 이 시간 이 길에서 너를 만난 것을 신께 감사해''
그 말을 하며 그 남자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특출나게 모자란 언어능력으로 독일어도 잘 못 하기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어린 동양인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 일이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하셨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받은 그 셀 수 없는 사랑을 갚는 법
나를 통해 사람들이 주님의 사랑을 알게 하는 것
주님이 나를 사랑의 통로로 위로의 통로로 사용하시도록 드리는 것 아닐까요

나의 자아를 내려놓고 모든 것을 맡길 때
주님이 사용하시기에 족한 모습으로 만드실 줄 믿고 기대합니다.